미스터리/공포/오싹

 

집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

원글: The last train home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가얼굴 바로 앞에 서있는 사람을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이상하다정어리 캔의 모습이 마음속에서 튀어 오르긴 하지만우리는 기름이나 소금물에 절여져 묶여있는 상태는 아니다대신 땀과 콜론그리고 짜증을 범벅이 된 공기에 뒤섞여 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다보면재빠른 클립처럼 도시의 창자를 윙하니 지나가다 보면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나는 언제까지나 두거운 유리 저 너머로 깜빡거리는 어둠을 바라볼 것이다.

 

터널에는 지하철 칸 안보다 더 이상한 것들이 많이 있다그날 밤 내가 본 것을 나누이게  이곳이 알맞은 공간인 것 같다.

 

 

 

평소 주중과 다르지 않았다사실지난 몇 달간 비슷했다우리의 도달 목표는 더러운 빨래마냥 수도 없이 쌓여 있었다내 상사가 내 케이스에 들러 붙어있었다보잘것 없는 머리가 벗겨지는 방구쟁이는 모기지를 가지고 유럽 스포츠카를 몰며우리를 국내 저 너머에 살고 있는 고객과의 개구라 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내보냈다.

 

낮과 밤이 의미를 잃었다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직장에 일찍 나왔다하루 종일 해 한번 보지 못하고 퇴근했다카페인만이 내 친구였다난 언제나 막차를 위해 달려야했다그 망할 거지 같은 새끼가 택시비 올리는 것조차 결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왜냐하면 그놈이 말하기를그게 회사와 일의 균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그 날도 수없이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숫자와 슬라이드와 문자로 범벅된 또 다른 날이었다솔직히 말하자면지금 내가 작업중인 보고서가 다섯번째 버전인지오십번째 버전인지도 몰랐고그 둘의 차이점 조차 말해줄 수 없었다.

 

사무실은 이미 한 시간 전에 비워졌고내 동료들은 이미 내게 동정심을 표하며 어깨를 두드리고는 퇴근했다나는 노트북과 서류 뭉치를 가방에 쑤셔 넣으면서 욕을 했다막차를 놓칠 것 같았다내가 거리로 달려 나섬과 동시에 사무실의 쿱쿱하고도 미적지근한 온도가 지독하게 차가운 공기에 밀려났다.

 

역은 비어있었다밤 중 이 시간이라면 예상 못했을만한 일도 아니지만꽤나 으스스했다.

 

바글거리는 인파에게는 텅 빈 공간이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강도나 뭐 그런 의미는 아니다이런 빈 공간에는 금지된 공기가 있었다그리고 그날 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예상할 수 있었다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다리며.

 

그 당시 내가 무관심했다는 소리는 아니다밤이라 에스컬레이터도 작동하지 않았다대학 다닐 당시의 운동하던 그 모양새가 바다와 같은 양의 술과 패스트 푸드로 인해 사라지고 숨을 쌕쌕대며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막차가 이미 떠났을거라 생각하며 값비싼 택시를 타고 돌아갈 생각에 체념하고 있었다막 떠나려던 찰나금속이 금속과 마주치며 내는 그 익숙한 소리를 내며 열차가 들어와 멈췄다.

 

회색빛 외관을 장식하는 그래피티와 모던함을 추구하는 트라이벌 문양이 새겨진 기관차라니출임문이 쉬익 하며 열리더니 열차 칸에서 따뜻한 공기가 트림하듯 나왔다나는 열차에 올랐다.

 

이상하게도열차는 가득차 있었다꽉 들어찬건 아니었지만조금 복작댔다나는 큰 갈색 오버코트를 입은 노인과 검은색 정장 원피를 입고 가슴에 커다른 꽃을 달고 있는얼굴에 마스카라와 아이섀도를 어색하게 바른 여자 사이에 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군인들은 군복을 갖춰 입고 있었고스포츠머리로 짧게 자른 머리칼 아래 핑크색으로 드러나는 두상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다지도 많은 사람들이 타있다는 사실이 이상했고특히나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한 몫을 더했다.

 

몸을 한번 떨어내자열차가 지하철 역을 출발했다.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내 의자에 몸을 묻었다터널 안에서 네트워크 서비스는 정말이지 형편 없었다집까지 가는 동안 스스로 즐거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레일을 따라 나는 끼익거리는 소리와 밖에서 나는 공기를 헤치는 소리가 음소거 된 듯 했다그 대신열차 안은 부드러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마치 극장에서 목소리를 낮춘듯한 소리예상 가능했지만 진정시키는 듯한 소리칸 안은 원래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히터가 또 고장났나?

 

그럴리 없었다몇 초 전까지 플랫폼에 서있을때만 해도 더 따뜻했는데이제는 휘몰아치는듯한 바깥 공기와 다를 바 없었다나는 내 재킷을 더 단단히 동여맸다칸 안에 마구 뒤섞여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위화감을 주었다왜 지금 여기에 낄낄대는 고딩들이 있는거지딱 봐도 뭔가에 취해서이렇게 늦은 시간에아니면 학교 교복같아보이는 옷을 입은 떠돌이 여자애인가나는 불편한 듯 플라스틱 의자에서 몸을 움직였다.

 

또 다른 이상한 점은내 눈에 핸드폰이나 그 외 다른 어떤 전자 기기가 단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나는 열차를 진로를 알려주는 LED 간판을 바라보았다이제 4개만 더 가면 된다.

 

나는 열차가 다음 역에 도착할 때까지 LED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열차는 멈추지 않았다속도조차 줄이지 않았다그저 역을 전부 지날 뿐이었다각 역의 불빛과 기둥들이 재빨리 흩어져 보였다.

 

나는 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크게 떴다내가 탄 이 열차가 무슨 열차기에다른 승객들은 이 상황에 별로 당황해하지 않았다만약 뭔가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열차가 진행함에 따라 속삭이는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는 것뿐이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어두운 터널을 돌진하고 있었고 머리 위의 불빛은 계속해서 깜빡거리던 그때학교 교복을 입은 소녀가 나를 호기심 그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그녀는 다른 고딩들 무리에서 빠져나와 젋은 남자의 소매를 거세게 잡아 당겼다.

 

그는 농구 선수거나 비스무리한 사람처럼 보였고그 어린 소녀의 얼굴에 귀를 대기 위해 두배 이상 몸을 구부려야 했다소녀가 그에게 무언가 급하게 말하듯 턱을 놀렸다나는 열차 소리로 인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는 눈을 깜빡여 보이더니 뒤로 한걸음 물러서 내 쪽을 향해 처음으로 나를 쳐다보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뭐지화났나아니다그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배고파 보였다그의 친구들 또한 이야기의 흐름이 깨진 것을 깨닫고 그 남자가 집중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나에게로.

 

그들의 얼굴에 전체적으로 똑 같은 감정이 떠올랐다충격그러더니 그들은 그들의 모습읠 날카롭게단단하게 만들기 시작했다그들 또한 배가 고팠던 것이다.

 

이 기분은 마치 불꽃이 이는 듯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점점 퍼져갔다제복을 입은 두 남자는 올려다 보더니 턱을 꽉 깨물었다내 옆에 앉아있던 노인은 기운을 차리더니 목에 부담을 주지 않고도 나를 볼 수 있게 다른 자리로 서둘러 가버렸다.

 

바깥 풍경의 희미한 불빛이 나에게 알려주는 것을 보아 다른 역을 또 지난 것 같았다이제 3개 더.

 

나는 다시 내 좌석에 쪼그라들었다가방을 보호하기 위해 움켜쥠과 동시에 내 손에 있는 핏줄이 피부로 압박하듯 나타났고그 멍청한 제스처처럼 내 인생의 중점이 일을 붙들었고이게 마치 나를 이 악몽으로부터 빼내 땅에 내려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나는 그들의 시선이 주는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마치 내 몸을 기어다니는 벌레들처럼무언가 잘못됐다완전 뻔하게 뭔가 잘못됐다이 이상한 군중은 너무도 달랐고그 얼굴에는 하나같이 노골적인 요구를 드러내고 있었다.

 

신경쓰지 마세요저 사람들은 그저 당신을 질투하는 거에요.” 내 옆에 있던 젊은 여성이 말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눈 마주치지 말고 말도 하지 마세요.”

 

나는 이전의 동행을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나의 무엇에 질투한단 말이죠전 그저 집가는 막차를 타려 했던 것 뿐인데요.”

 

이 열차는 우리 모두가 집으로 가는 막차이기도 해요.”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얼굴은 지독히도 창백했다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열차에 있고 싶어하는건 아니죠그리고 오늘 밤집으로 가는 당신을 보는 것이 그들을 썩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아요.”

 

저 사람들은 어디서 온 사람들이죠무슨 회의라도 있었나요미팅?” 나는 열차 안을 다시 둘러보았지만 내 턱을 잡아 끄는 그녀의 강한 손가락에 의해 반쯤 가다 저지당하고 말았다그녀의 손가락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녀는 내 얼굴을 돌려 자신을 마주하게끔 했다.

 

모든 곳이요모든 전역에서그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 있길 원치 않아요저를 빼고요아마도저는 제가 있던 곳에서 충분히 있었어요전 부모님이 그리워요부모님을 못 뵌지 너무도 오래 됐거든요부모님의 찾아 나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자신이 한 말에 갑자기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당신은 여기에 있으면 안돼요알고 있죠이건 당신이 탈 열차가 아니에요.” 창밖으로 다른 역이 지나치는 것을 보았다내 눈은 자그마한 불빛이 있는 전광판으로 돌아왔다집까지 2.

 

열차 안의 소근대는 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이전보다 더 시끄럽게하지만 여전히 레일 소리와 밖에서 불어대는 바람 소리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점점 억압적으로 변해갔다이상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내 가슴에 돌덩이라도 얹은 듯한 기분이었다.숨쉬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졌고한 번의 흡입이 고역이었다내 동행은 나의 불편함을 감지한듯 했다.

 

제가 그들을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슬픈듯 말했다. “이 호선 끝에 가면 멈출거에요.” 그녀의 눈동자가 생각에 빛났다그녀는 몸을 돌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무릎을 딱딱한 플라스틱에 대고 손바닥을 차가운 유리에 가져갔다.

 

그녀의 얼굴이 유리에 붙어 있었지만창문에 그녀의 숨결에 의한 김이 서리지 않았다만약 숨을 쉬고 있기라도 한다면 말이다.

 

이봐요이거 가져가요전 어차피 지금 가는 곳에선 이게 필요 없어요.” 그녀는 자신의 원피스를 더듬거리더니 붙어있던 하얀 꽃을 떼 내 손에 지긋이 눌러 얹었다달콤한 릴리의 향이 가슴에 얹어진 고통으로부터 잠시 내 정신을 돌려놓았다.

 

도착했어요!” 열차가 속도를 줄이자 그녀가 흥분에 목소리를 떨었다나는 머리 위에 있는 전광판을 보았다지도에 그려진 모든 불빛이 사라졌다지금 우린 어디에 있는거지?

 

그녀는 내 턱을 붙잡았다그녀의 팔이 내 얼굴에 아주 가까워졌고그때 나는 그녀의 팔 앞쪽에 십자로 그어진 하얀색 선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팔을 향하고 있는 내 시선을 눈치챘다그러더니 멋쩍어하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연습을 해야 완벽해 지니까요그녀가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표정을 찌푸린 그녀는 다시 심각해졌다. “이번 역은 우리 모두를 위한 역이에요하지만 당신은 갈 수 없어요여기 있어야만 해요.” 그녀는 앞으로 기울이더니 재빨리 내 볼에 키스를 했다그녀의 차가운 입술은 얼음조각처럼 차갑게 타버렸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점점 다가오는 플랫폼을 향해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내 가슴팍을 누르고 있던 부담이 줄어든 것 같았다속삭이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그들은 신난듯 재잘거렸다.

 

플랫폼이 더 가까워졌다그리고 그 광경이란나는 그곳의 타일이나 포스터 같은 것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이 열차를 탄 것만 해도 천 번은 넘을텐데심지어 눈을 감고도 모든 역의 이름을 외우고 각 역의 시간까지 맞출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난 지금 길을 잃은 것이다.

 

플랫폼에는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표지판도 없고방향도 없었다플랫폼에는 그저 사람들만 있었다순전 머리와 얼굴들이 있는 사람들의 인파모두가 예상하는모두가 들떠 기다리고 있는 그 모습.

 

마침내 열차 문이 열리고사람들이 포효처럼 쏟아져 나갔다고함소리비명소리와 외침소리그리고 눈물너무도 많은 눈물승객들은 열차에서 뛰쳐나가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인파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나는 군복을 입고 있던 청년들이 군복을 입은 노신사 하나를 꼭 껴안는 모습을 보았다그건 마치 마인크래프트의 스테이지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혀 다른 군복이었다완전 복고풍의 군복으로녹색과 갈색이 어우러진 큰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두 명 사이의 유사함은 찾기 쉬웠다.

 

그들은 떨어졌고젊은 군인이 아버지에게 동료를 소개했다노인은 방금 전 자신의 아들을 안았던 것처럼 다른 군인을 힘껏 껴안았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늙은 노인은 30대로 보이는 우아한 여성을 찾아냈다그녀의 얇은 선드레스는 차가운 겨울 날씨에는 뜬금 없어 보였다아니면 내가 내가 그 남자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던가?

 

나는 다시 그들을 쳐다보았고 그 늙은 노인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었다그들은 전성기때의 모습 그대로 함께 웃고 있었다아니똑 같은 옷과 질투와 욕심이 있었는데이제는 그 모습이 어디로 가고 그저 격렬한 기쁨만이 있을 뿐이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나는 내 열차에서 내 옆에 앉아있던 소녀를 보았다그녀는 잘 차려입은 한 쌍 옆에 팔짱을 낀채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그녀는 열차가 역에서 출발함과 동시에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나는 같이 손을 흔들어줬다.

 

 

 

내가 내릴 곳에서 내리자내 다리가 사정없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플랫폼은 안심될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나는 열차가 저 멀리 암흑의 터널로 다시 끼익거리며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조심해서 아직도 마비된 듯한그 소녀가 키스를 하고 간 볼을 조심히 만졌다내 손가락이 젖어들었다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내 코는 갑작스럽게 엄청난 온실 냄새에 한방 얻어 맞은 듯 했다썩어가는 식물 냄새나는 소녀가 내게 남긴 릴리를 코트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새것 같았던 하얀 꽃잎은 이제 바스라질 정도로 말라 붙었고검은색 썩은 반점들이 있었다.

 

나는 손가락 사이로 꽃을 떨어뜨려 플랫폼에 안착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나는 집으로 향하는 긴 길을 걸어가기 전 그 꽃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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